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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추석을 떠올리면 지금과는 참 다른 풍경이 생각납니다. 명절 며칠 전부터 집에서는 전을 부치고 나물을 무치고, 멀리 사는 가족들이 하나둘 큰집으로 모였습니다. 추석 아침에는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다녀온 뒤 온 가족이 한 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눠 먹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추석 풍경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차례와 제사를 간소하게 지내거나 아예 하지 않는 집도 있고, 집에서 하루 종일 음식을 준비하는 대신 식당에서 가족끼리 밥 한 끼를 먹고 헤어지기도 합니다. 긴 연휴에는 고향 대신 여행지에서 가족이 만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2025년 추석 연휴 직후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한 조사에서는 차례를 지냈다는 응답이 27.8%였습니다. 반면 가족·친인척 모임을 실제로 했다는 응답은 64.3%였습니다. 전통적인 의례는 줄어들고 있지만 가족을 만나는 일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 세대가 기억하는 명절과 자녀 세대가 보내는 명절은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요.
1. 예전 추석은 ‘온 가족이 큰집에 모이는 날’이었습니다
060 세대에게 명절은 단순한 휴일이 아니었습니다. 결혼을 하면 명절마다 부모님 댁이나 큰집을 찾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멀리 떨어져 살던 형제자매와 친척들도 그날만큼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집 안에서는 며칠 전부터 명절 준비가 시작됐습니다. 장을 보고, 전을 부치고, 나물을 만들고, 과일과 음식을 차례상에 올릴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집안에 따라 방식은 달랐지만 추석 아침 차례와 성묘도 명절의 중요한 일정이었습니다.
차례는 본래 설과 추석 같은 명절에 조상을 기리기 위해 지내는 의례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도 차례상차림을 설·추석과 같은 명절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음식을 차리는 방식으로 설명합니다.
그 시절에는 이런 과정 전체가 ‘명절’이었습니다. 가족이 모이고, 음식을 만들고, 조상을 기리고, 함께 먹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하나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명절 준비를 맡은 가족에게 상당한 노동이 따랐던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음식을 준비하고 치우는 역할이 특정 가족에게 집중된 집에서는 모두가 쉬는 명절이 누군가에게는 더 바쁜 날이기도 했습니다.
2. 요즘은 차례와 제사를 지내지 않는 집도 많아졌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차례 문화입니다. 2025년 추석 연휴 직후 실시된 1,000명 조사에서는 차례를 지낸 가족이 27.8%로 나타났습니다. 조사 대상과 방식에 따라 수치는 달라질 수 있지만, 적어도 ‘모든 집이 추석이면 당연히 차례를 지낸다’고 말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차례를 계속 지내는 집에서도 상차림을 간소하게 바꾸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전통적인 차례 자체가 기제사보다 간소한 의례입니다. 과거 예법 자료를 살펴봐도 차례는 기제사처럼 거창하게 준비해야 하는 의례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가족끼리 상의해 음식 종류를 줄이거나, 꼭 필요한 음식만 준비하고, 집안 사정에 따라 차례 방식 자체를 바꾸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이 옳다고 단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차례를 지내온 부모에게는 조상을 기억하고 가족의 전통을 이어가는 소중한 시간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녀 세대에게는 형식보다 살아 있는 가족이 편안하게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같은 가족 안에서도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다 했는데 왜 너희는 안 하느냐’거나 ‘요즘 누가 그런 걸 하느냐’고 서로를 몰아붙이기보다 우리 가족에게 맞는 방식을 함께 정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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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집에서 하루 종일 준비하던 명절에서 ‘밥 한 끼 함께하는 명절’로
또 하나 달라진 것은 가족이 모이는 장소입니다.
예전에는 명절이면 큰집이나 부모님 집에 모여 집에서 만든 음식을 먹는 것이 익숙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가족이 식당에서 만나 식사를 하고,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신 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도 낯설지 않습니다.
이런 변화가 단순히 가족관계가 멀어졌다는 의미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음식 준비와 설거지 부담을 줄이고 모두가 같은 자리에서 편하게 식사하려는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외식업계에서도 명절 가족 외식의 증가를 체감한다는 사례가 나왔습니다. 한 외식업체의 2023년 추석 연휴 자료에서는 가족 단체손님 수가 코로나19 이전보다 약 3배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한 업체의 사례이므로 전체 가정의 변화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명절 외식이 하나의 새로운 가족모임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부모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며칠 전부터 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식사가 끝난 뒤 산더미 같은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부모와 자녀 모두 같은 시간에 앉아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4. 차례 대신 여행을 떠나도 가족은 함께할 수 있습니다
명절 연휴를 여행에 사용하는 가정도 늘고 있습니다. 2025년 추석을 다룬 조사에서는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는 응답이 58.6%, 본가나 시골을 방문했다는 응답이 49%였고, 연휴 중 여행을 다녀온 사람도 약 4명 중 1명 수준으로 조사됐습니다.
과거에는 ‘명절에 여행을 간다’고 하면 부모님을 두고 놀러 간다는 시선을 걱정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여행을 떠나거나, 명절 일정 중 하루만 가족이 만나고 나머지는 각자 쉬는 방식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긴 연휴를 무조건 한집에 모여 보내야 가족인 것은 아닙니다. 오전에 부모님과 식사를 하고 오후에는 자녀 가족이 자신의 일정을 보내도 되고, 부모님이 친구들과 여행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우리 5060도 이제 명절의 주인공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찾아가는 자녀였는데 어느새 우리가 자녀를 기다리는 부모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잘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자녀에게 명절은 부모님만 챙기면 끝나는 날이 아닙니다. 배우자의 부모님도 찾아야 하고, 어린 자녀가 있다면 아이들 일정도 챙겨야 합니다. 긴 귀성길까지 더해지면 며칠의 연휴가 오히려 더 피곤할 수도 있습니다.
5. 형식은 달라져도 ‘함께하는 시간’은 남아 있습니다
저는 이번 추석 선물에 관한 글을 쓰면서 부모의 입장에서 한 가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돈도 좋고 선물도 고맙지만 자녀들과 함께 밥을 먹고 커피 한 잔 마시며 그동안 쌓인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부모에게는 참 큰 선물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요즘의 달라진 명절 문화가 꼭 아쉽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차례상을 크게 차리지 않아도 가족이 모여 조상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 열 가지 음식을 만들지 않아도 식당에서 한 끼를 함께 먹을 수 있습니다. 하루 종일 한집에 있지 않아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서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전통적인 차례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족이라면 계속 이어가도 됩니다. 다만 준비하는 사람이 너무 힘들지 않도록 음식과 절차를 조금 줄이고 가족이 역할을 나누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명절이 사라지는 과정’이 아니라 ‘명절을 보내는 방법이 바뀌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지난해 조사에서도 차례를 지낸 가정은 27.8%였지만 가족·친인척 모임을 했다는 응답은 64.3%였습니다. 의례의 형태는 달라져도 가족을 만나고 싶은 마음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 저는 더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행복메이트의 한마디 🌿
어릴 적 명절에는 집 안이 참 북적였습니다.
부엌에서는 음식 냄새가 끊이지 않았고 방마다 친척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어른들은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풍경을 기억하는 우리에게 요즘 명절은 조금 허전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식당에서 한 끼 먹고 “다음에 또 보자”며 헤어지는 자녀들을 보면 ‘명절이 너무 간단해졌나?’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요.
며느리와 딸이 하루 종일 부엌에 있지 않아도 되고, 부모도 며칠 동안 음식을 준비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모두가 같은 식탁에 앉아 따뜻한 밥을 먹고 커피 한 잔 마시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제사와 차례를 지내는 집도, 간소하게 바꾼 집도, 가족 외식을 하는 집도, 여행을 떠나는 집도 있을 겁니다. 어느 모습 하나가 모든 가족의 정답일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서로를 잊지 않는 마음이 아닐까요.
우리 세대가 지켜온 좋은 것은 남기고, 너무 힘들었던 것은 조금 내려놓으면서 자녀 세대와 새로운 명절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도 우리가 맞이한 인생2막의 새로운 명절 모습일지 모르겠습니다.
※ 본문에 소개한 차례·가족모임 관련 수치는 특정 조사 결과로, 조사 대상과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각 가정의 명절 문화와 제례 방식은 지역·가족·종교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슬기로운 인생2막,
행복메이트가 함께 알아가겠습니다. 🌿